다자이 오사무 저 | 김춘미 역 | 민음사 | 2004.05.15
'인간 실격'을 읽고
'인간 실격'이라는 책의 특이한 제목이 눈에 띄었다. 제목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지 생각해보았지만 쉽게 예상되지 않았고, ‘인간실격’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더욱 궁금해져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나'라는 화자가 서술하는 서문과 후기, 그리고 작품의 주인공인 요조가 써 내려간 세 편의 수기로 구성되어 있다. 태어날 때부터 다른 ‘인간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요조는 그들을 '타인. 불가사의한 타인. 비밀투성이 타인'이라 칭하며 그들로부터 두려움을 느끼는 동시에 그들의 위선과 체면 의식 그리고 잔혹성에 실망하고 경멸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런 인간 세계에 스스로 동화되기 위해 ‘개구쟁이 익살꾼’을 자처하며 노력하지만 번번이 좌절하고, 결국 마약에 중독되어 자살을 기도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거듭된 동반 자살 기도에서 혼자 살아남은 후 요조는 마지막 희망이었던 본가로부터 절연당하고 외딴 시골집에서 쓸쓸히 죽음만을 기다리는 '인간 실격자'가 되고 만다. 오직 순수함만을 갈망하며 어떻게든 사회에 융화되고자 인간에 대한 구애를 시도하던 주인공이 결국 모든 것에 배반당하고 인간실격자로 파멸되어 가는 패배의 기록인 것이다.
작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학 작품을 감상하면 더욱 풍부하고 심도 있게 문학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문학 작품을 읽을 때에는 항상 작가의 간단한 소개나 생애를 먼저 읽어보는 편이었는데, 이 책은 특히 그랬다. 왜냐하면 작품에 작가의 자전적인 측면이 많이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전적 소설임을 암시하는 문장들이 많이 나타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작가가 다섯 번의 자살 시도 끝에 39세라는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것과 유사하게 인간실격의 주인공인 요조도 같은 이유로 작품 중에서 여러 번의 자살 시도를 했다. 작가가 총 5번의 이르는 자살 시도를 했다는 점이 처음에는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지만, 작품을 통해 작가의 가치관이나 생각들을 이해하며 작가가 그러한 선택을 했던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고뇌하며 좌절하는데, 인간의 선함 또는 순수함이라 칭할 수 있을,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어떤 특별함에 대해 회의를 느꼈던 나로서는 충분히 몰입하며 공감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요조에게, 아니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에게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요조가 '이상한 건 서로 속이면서도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고, 또 서로 속이고 있다는 것마저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인간의 삶에는 그야말로 멋지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이 넘쳐난다는 것입니다. 내게는 서로 속이면서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또한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자신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라 서술하는 부분에서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명량한 불신이 넘쳐나는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진정한 인간이라면 요조처럼 나도 인간으로서 실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와 나 자신에 대한 더욱 심오한 고찰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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