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소설가) 저 | 김이섭(대학교수) 역 | 민음사 | 2001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수레바퀴 아래서>는 고루한 전통과 위선적인 권위에 맞선 어린 소년 한스 기벤라트의 저항을 통해 무거운 수레바퀴처럼 인간을 억누르는 기성 사회와 개인의 창의성 및 자유로운 의지를 짓밟는 제도, 교육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총명하고 성실했지만 아버지의 지나친 바람, 마을 사람들과 선생님들의 부담스러운 기대 등이 실린 무거운 수레를 속도를 내며 힘겹게 끌고 가다 결국 수레의 속도를 이기지 못해 수레바퀴 아래에 깔려 버리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수레바퀴 아래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것과 가치가 있다고 여겨왔던 것을 잃어버리고 의지를 상실한 채 신경쇠약과 우울증을 겪으며 공허해져 버린 한스의 눈이 뇌리에 박혔다. 그리고 동시에 한스와 같은 눈을 한 우리나라 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죽여 버리고 싶다. 차라리 날 죽여 버리지. 죽여주지.', 우리나라의 과열된 입시 교육의 현실과 사교육 열풍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SKY 캐슬'에서 학대와 다를 바 없는 명문대 진학을 위한 부모님의 압박에 아들이 하루하루 써 나갔던 일기의 일부분이다. 'SKY 캐슬'을 그저 과장된 드라마일 뿐이라고 여기고 무시해버릴 수 없는 오늘날의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수많은 한스가 공허해져 버린 눈으로 앞만을 바라보고 자신을 한계로 몰아붙이며 무거운 수레를 끌고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 역시 한스처럼 한때는 밝은 희망과 멋진 꿈을 가지고 순수하게 열정적이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스로부터 동화책을 읽는 일 그리고 낚시를 하러 가는 일 그리고 그 다음에는 정원의 토끼를 하나하나씩 빼앗아 갔듯 우리나라의 수많은 청소년들이 오직 입시를 위해 그들의 조그마한 행복들과 내면의 가치를 자의로든 타의로든 빼앗겨 버렸다고 생각한다. 어린 소년 한스의 죽음은 현재 우리의 삶을 재조명하는 잣대이자, 동시에 우리에게 보다 성숙한 삶의 자세를 촉구하는 자극제임에 틀림없다. 수레를 끌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운명을 짊어졌다면 그 수레 위에 사랑과 꿈 그리고 희망을 실어주고 스스로도 싣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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